(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진정호 기자 = 영국 런던과 스웨덴 스톡홀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 부동산 열풍이 뜨겁게 불어닥친 곳이지만 최근 들어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 런던, 정부 규제에 브렉시트 불안 겹쳐

런던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조정 압력과 함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불확실성, 해외 부동산 투자자의 과세 부담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영국 국가통계국(ONS)에 따르면 지난 7월 런던 평균 집값은 전년 대비 0.7% 하락하며, 지난 2009년 9월 이후 9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8월 들어서도 전년 대비 0.2% 떨어지며 하락 추세를 이어갔다.

분기 단위로 보면 런던 집값은 최근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런던 집값이 내려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난 10년 가까이 집값이 과도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UBS에 따르면 런던의 글로벌 부동산 거품지수는 1.61로, 이 지수는 1.5를 넘어서면 부동산 거품 위험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런던 거품지수는 파리(1.44)와 샌프란시스코(1.44), 도쿄(1.09), 뉴욕(0.68)을 모두 앞지른다.

홍콩과 뮌헨, 토론토 등과 함께 글로벌 최대 부동산 거품 도시로 손꼽히는 셈이다.

런던 집값은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올랐는데, 저렴한 크레디트 비용과 주택 구매를 촉진하는 정부 보조 프로그램이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최근 런던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것은 금리 상승 등과 함께 정부의 규제 강화, 브렉시트 불확실성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영국 정부는 2주택 소유주에 대한 인지세 비율을 높였는데, 이는 높은 가격의 런던 부동산 시장의 매력도를 떨어트렸다. 또한, 기본적으로 주요국의 수도만 골라 부동산을 매입하는 글로벌 부동산 투자자에게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은 적지 않은 투자 제약 요인이 됐다.

글로벌 회계법인 PwC는 올해 런던 집값은 전년 대비 1.7%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도와 그 밖의 집값 격차가 큰 곳이다. 한국과는 반대로 수도 런던의 집값은 내려가는 반면, 그 외의 지역 집값은 하락세가 제한됐다.
 

 

 

 


<자료: 가디언스, 영국 국가통계국>

런던 집값이 장기간 높게 유지되며 잠재적인 매수 세력이 모두 지방으로 눈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최근의 하락세에도 런던 집값은 여전히 영국에서 가장 비싸다.

네이션와이드의 로버트 가드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소득 수준 대비 집값과 같은 주택 수용 지표 등을 살펴보면, 런던은 영국 내 다른 지역 대비 지나치게 비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PwC는 영국 전체의 평균 집값은 올해 3%가량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런던 북부 지역에서 공인중개 사무소를 운영하는 제레미 리프는 "명확한 지역별 패턴은 매수자들이 런던 이외의 지역에서 더 좋은 가치의 매물을 찾고 있다는 것"이라며 "반대로 수도의 집값은 계속 떨어진다"고 전했다.

영국 주택 건설사 크레스트 니콜슨은 런던 부동산 시장의 투자 수익률이 예상보다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통적으로 가을철 주택 매물을 노리는 매수 세력이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매입을 미루고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진단이다.

런던 집값은 앞으로도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 흐름 속에 가계의 주택 소비 여력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가드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당수는 광범위한 경제 여건, 특히 노동시장 상황 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기준금리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위축된 경기와 가계 재정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으로 주택 시장 활력과 영국 집값 상승세 등은 모두 둔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스톡홀름도 집값 꺾여

스웨덴 스톡홀름도 지난 몇 년에 걸친 과열 흐름이 식으면서 집값이 꺾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지난 8월 보도에 따르면 스톡홀름의 주택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톡홀름 집값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한 흐름이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분기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스웨덴의 주택가격이 여름부터 상승세가 둔화했다며 이는 "가계부채 증가율 둔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상승해온 스웨덴의 주택가격은 2011년 초와 비교하면 작년 중반 기준으로 약 48%나 급등했다. 저금리 시대에 풍부해진 유동성이 자산가격 상승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경우 2014년에는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췄고, 2015년에는 유로존 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하지만 작년 9월과 10월 들어 스톡홀름 주택가격이 전월대비 하락하면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주택공급이 늘어난 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심리가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릭스방크는 지난 5월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지난해 가을부터 주택가격은 하락하고 있다"며 "지난 몇 년보다 주택공급이 늘고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함에 따라 주택 시장이 안정을 찾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느려질 것으로 전망돼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릭스방크는 "다만 주택가격이 더 크게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택가격 하락세가 상당한 규모로 더 오래 이어진다면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측면에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웨덴 주택가격 추이. 출처: 릭스방크>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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