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최악을 대비하면서 현재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한 교회에서 만난 크리스 존스. 석유 서비스업체에서 자재 구매를 담당하는 존스 씨는 최근의 회사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연합인포맥스가 2년 전 텍사스를 찾았을 때만 해도 텍사스는 셰일 혁명의 중심지답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일자리와 일자리를 찾으러 온 사람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유례없는 호시절을 구가했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지난해 6월 이후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다시 찾은 텍사스에서는 이런 활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석유 기업들은 생존모드에 돌입했다. 일자리가 줄고, 기업들이 예산을 축소하고 있는 탓일까. 텍사스 사람들의 눈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읽혔다.

◇ 줄어드는 일자리

지난 1월 텍사스의 일자리는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텍사스 노동 위원회가 지난 6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1월 텍사스에 새로 생긴 일자리는 2만100개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특히 텍사스를 떠받치는 석유 업계에서는 1월에 3천4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 1~2월 미국 산업별 고용자 변동 폭/그래픽=조현주 디자이너>


세계적인 해양굴착 드릴회사에서 건강·안전·환경 매니저로 근무하는 브라이언 캐리콜은 "회사에서 사람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면서 "저유가가 지속하면 더 많은 사람이 해고될 것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존스 씨는 "휴스턴에 있는 운용지원팀에서 기존 노동자의 20% 정도가 줄었다고 한다. 서부 텍사스나 로키산맥 등 다른 지역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는 아마 (석유업계에서) 35% 정도가 해고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스턴 석유 서비스 업체 부사장인 알렌 네이베어도 "유가 하락으로 (다른 회사에서 사던) 장비구매를 멈췄다"면서 "저유가는 석유 관련업체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재화와 용역을 파는 다른 업체들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 파산 보호 신청 줄이어

영세한 석유·가스 기업들은 유가 하락에 돈줄이 마르고 있었다.

휴스턴을 기반으로 석유와 가스 탐사를 하는 업체인 '듄 에너지'는 지난 8일 텍사스 서부 미국 파산 법원에 파산 보호(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유사)를 신청했다.

독립적으로 석유 탐사와 시추를 하는 BPZ에너지도 그 다음 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앞서 전문가들은 중소 에너지업체들이 유가 하락과 투자심리 악화로 이중고를 겪을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텍사스 소재 소규모 석유생산 기업인 WBH 에너지는 채권자인 캐슬레이크가 지난해 9월부터 대출을 늘려주지 않아 재정적 어려움에 빠지기 시작했다. WBH 에너지는 결국 지난 1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네이베어 부사장은 유가가 갑자기 하락하면서 이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회사들은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회사 사장이 유가가 계속 배럴 당 100달러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근거로 사업 계획을 세웠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은 (지금 같이 유가가 떨어졌을 때는) 정말 위험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 변화하는 일상…소비·유동인구 감소

일자리가 줄고 파산하는 기업이 늘면서 텍사스 사람들의 일상도 달라졌다.

우선,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캐리콜 매니저는 "석유 값이 내려간 이후로 큰 물건을 사지 않고, 필요한 것들만 사면서 살고 있다"면서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면서 시장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량과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등 경제발전이 둔화하는 조짐도 나타났다.

이글 포드에서 목장을 운영한다는 한 백발의 아주머니는 "유가가 하락하면서 경제발전이 더뎌졌다. 교통량도 줄고, 들어왔다 나가는 사람들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셰일오일이나 가스 산업은 원래 기복이 심하다"면서 "(텍사스 사람들은) 이 폭풍우를 견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텍사스 이글포드 셰일 유전 전경/사진=김지연 기자>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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