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서울 외환시장이 엔화약세에 따른 당국의 환시 개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엔-원 재정환율이 100엔당 1,150원선을 위협해도 외환당국이 달러-원 환율 하락에 대한 뚜렷한 방어 의지를 내보이지 않아 엔화 약세 용인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

엔-원 재정환율은 달러-원 환율이 분자, 달러-엔 환율이 분모로 계산된다. 달러-원 하락과 달러-엔 상승이 지속되면 엔-원 재정환율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엔-원 재정환율 급락에도 당국 움직임 '미미' = 서울환시는 엔-원 재정환율이 30원 정도 급락했음에도 외환당국의 매수 개입이 불거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엔-원 재정환율은 지난 8일 100엔당 1,180원대에서 1,150원선으로 30원 정도 하락했다.

이날 오후 1시2분 현재 엔-원 재정환율은 1,152.00원 수준이며, 장중 저점은 이미 1,140원대 후반으로 진입한 상태다.

 







<엔-원 재정환율>

외환당국이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에 환시 개입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관측이 우세했다.

A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지금 환시는 달러-엔 환율과 이에 따른 당국 스탠스에 주목하고 있다"며 "엔-원 재정환율이 1,150원대로 하락한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엔-원 재정환율 1,150원선이 그리 견디지 못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며 "지금으로서는 당국이 엔화에 연동해 개입에 나서기보다 시간을 두고 정책적인 대응을 해나가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만 쏙 빠진 G20 환율정책 성명 = 달러-엔 환율은 94엔대로 오르고 있다. 주말동안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엔화 약세에 대한 공식적인 지적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이 어느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에서 우리나라 외환당국이 달러-원 환율 방어로 맞불을 놓기도 쉽지 않다.

당국이 매수 개입으로 엔화 약세에 대응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주 달러화가 급락했을 때도 개입경계심이 유발됐으나 매수세가 따라붙지 못하면서 오히려 롱스탑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C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지난주 1,084원선과 1,080원 밑에서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비드가 유입됐다"며 "그러나 계속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개입경계심이 무너지자 일제히 롱스탑이 유발돼 달러화 하락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달러-엔 100엔 용인 가능성 = 시장 참가자들은 외환당국이 달러-엔 환율 100엔까지 엔-원 재정환율 하락을 용인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와 비교할 때 현 수준의 1,100원대 엔-원 재정환율이 당국이 환시개입에 나설 정도로 민감한 레벨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D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금융위기 이전에는 엔-원 재정환율이 세자릿수였고,2003년 이후 10년간 평균 엔-원 재정환율이 100엔당 1,120.00원 정도이므로 10년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엔화가 다른 통화대비로도 약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라고 볼 수도 없고,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엔화 강세 랠리가 지속돼 온 만큼 달러-엔 환율이 100엔 수준이 될 때까지 외환당국이 용인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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